일본 도안으로 처음 떠본 바텀업 가디건 후기 (키키 가디건 프로젝트)


date icon   12월 08일, 2025년
       

신나게 여름 뜨개를 마무리 짓고 나니 가을이 성큼! 드디어 뜨개의 계절이 찾아왔어요~ 이번에는 따뜻한 실로 가디건을 만들고 싶어서 미리 도안도 결정하고 실도 정해두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는 제 첫 바텀업 가디건이자, 대바늘로만 뜬 가디건이기도 해요. 전에 뜬 가디건은 코바늘 모티브로 만든 거에 부분적으로 대바늘 기법을 추가한 거라, 이번 작업은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익숙하지 않은 구조라 망설이기도 했지만, 완성하고 나니 배우는 게 정말 많았던 프로젝트였어요.

이 도안은 작년에 일본 여행 중 구입한 니팅북에서 찾았습니다. 표지에 있던 배색 가디건이 눈에 띄었지만, 바텀업 방식이 처음이라 수정이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단순하면서도 따뜻해 보이는 키키 가디건으로 첫 바텀업을 연습해보기로 했어요.


프로젝트 정보

제작 기간: 10월 6일 – 10월 31일
패턴: 키키 가디건 (일본 도안집)
실: 닛픽스 원더플러프 어비스 헤더 (베이비 알파카 / 메리노울 / 나일론 혼방)
바늘: 치아오구 인터체인저블 5.0mm, 5.5mm
사이즈: 몸통과 소매를 길게 조정한 수정 버전
구조: 바텀업

처음으로 일본 차트 도안으로 만든 바텀업 가디건이에요. 게이지 차이가 꽤 많이 나서, 그에 맞춰 단수를 조금 수정했습니다.


도안과 준비 과정

이 도안을 선택한 이유

니트 책 위에 남색 가디건 뜨개 진행 중인 편물과 바늘, 주황색 스토퍼 보임

표지의 배색 가디건이 예뻤지만, 핏이 약간 제가 자주 안 입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러면 당연히 수정을 하고 싶었겠지만, 바텀업 구조도 처음이고 배색도 아직 많이 어려워서 수정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다른 패턴을 살펴보던 중에 구조가 좀 더 단순하면서 따뜻해 보이는 키키 가디건이 눈에 들어왔어요. 포근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고, 첫 바텀업 연습용으로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차트 도안 읽기

도안은 일본어로 된 짧은 설명과 함께 전면 차트 형식입니다. 그 짧은 설명이 의외로 도움이 됐는데, 전체적인 진행 순서를 미리 파악할 수 있었거든요. 저는 그 내용을 참고해서 페이지 상단에 주요 단계를 간단히 메모해두고 시작했어요(뜨다 보면 분명히 까먹거든요 ㅋㅋ). 차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기호를 확인했는데, 생각보다 기호가 복잡하지 않았어요. 고무단과 겉뜨기 무한 반복이더라고요.

닛픽스 원더플러프 실

짙은 네이비색 닛픽스 원더플러프 실 네 뭉치가 바닥에 배열되어 있음
원더플러프를 가까이서 찍은 모습

일본 도안에 쓰인 실은 해외 배송이 거의 필수여서 구하기도 어렵고, 배송비까지 고려하면 가격도 꽤 높았어요. 그러다가 닛픽스 공홈에서 원더플러프가 세일 중인 걸 발견했는데, 예전에 매장에서 만져보고 가볍고 부드럽다고 느꼈던 게 떠오르면서 원작 실과 두께가 조금 다르긴 해도 욕심이 나더라고요 ㅠㅠ 색상은 차분해 보이는 어비스 헤더로 정했습니다.


디자인 수정 과정

몸통

평소에 가디건류는 엉덩이를 덮는 기장을 좋아해서 몇 단 정도 길이를 늘렸습니다. 다만 스와치를 세탁해보니 실이 꽤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늘어날 걸 감안해서 원하는 길이보다 살짝 덜 뜨기로 했어요. 이런 과정에서 버튼단도 수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 포스트잇에 꼼꼼히 적어 도안에 붙여두었습니다.

밑단은 이탈리안 캐스트온으로 잡아서 가장자리가 깔끔하게 정리되도록 했는데, 실이 워낙 보슬보슬하다 보니 사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네요.

소매

고무단을 늘려서 손등을 살짝 덮는 정도로 길이를 늘렸습니다. 이것도 사실 순전히 개인적 취향으로 수정한 부분인데, 저는 고무단이 조금 긴 게 포근한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그리고 단수 조정을 위해 늘림 구간도 손봤고, 늘림 단마다 마커를 달아두었더니 마감할 때 훨씬 수월했어요.

단추 구멍과 그 외 작은 수정들

단추 구멍은 유튜브에서 본 방식으로 변경했어요. 사실 꼭 필요하진 않았는데, 밑단을 이탈리안 캐스트온으로 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좀 더 깔끔해 보였으면 해서 추가한 부분입니다. 근데 역시나… 실이 보슬보슬해서 눈에 잘 띄지는 않았어요.

모든 수정 부분은 포스트잇에 적어서 도안에 붙여두었습니다. 기록용이기도 했지만, 나중에 재수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해서 더 꼼꼼히 메모해 두었어요.


바텀업 뜨기 과정

밑단

앞에 이야기했듯 이탈리안 캐스트온으로 시작했어요. 아마 저만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마감 처리가 조금 더 깔끔한 느낌이 들었어요. 불필요한 작업이었을 수도 있지만, “깔끔한 마감을 위해 뭔가 추가로 해줬다”는 그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하하.

몸통

몸통은 쭉 겉뜨기라서 편하게 뜰 수 있었습니다. 근데… 뜨다 보니 털 날림이 꽤 심하더라고요. 침대 시트가 하얀색이라 금방 실조각이 붙어서 결국 거실로 자리를 옮기고, 돌돌이를 옆에 두고 계속 떴어요. 돌돌이가 이번 프로젝트의 필수템이 되어버렸습니다.

소매와 연결

플랫 소매라 뜨는 과정은 다른 프로젝트 때보다 훨씬 수월했어요. 술술 떠졌는데, 옆선을 연결할 때는 집중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늘림 단마다 마커를 달아둔 덕분에 좌우 맞추기는 훨씬 편했어요. 이어주는 동안 너무 세게 당기지 않았는지도 중간중간 확인해줬고요.

겨드랑이 코 막음 부분은 실이 보슬보슬해서 코가 잘 안 보이기도 하고, 마커 표시도 대충 해놨던 터라 꽤 고생했지만… 그래도 좌우가 심하게 틀어지지 않게 마무리하고 나니, 실 자체가 보슬해서 티가 거의 안 나서 다행이에요!

요크 부분

첫 바텀업 요크였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줄임이 예쁘게 정리되고 어깨선이 잡힐 때마다 뿌듯했어요. 이때는 소매와 몸통을 한 번에 이어서 부피가 꽤 커지고, 털 날림도 늘어나고, 손목에도 무리가 좀 가더라고요. 그래도 슬슬 “옷”다운 모양이 갖춰지고 “이제 거의 다 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끝까지 즐겁게 뜰 수 있었습니다.

칼라와 버튼 밴드

키키 가디건 완성샷

목둘레 코를 주울 때는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다만 버튼 밴드는 한 번 다시 떴습니다. 처음엔 코를 조금 삐뚤게 줍기도 하고 장력도 일정하지 않아서 단추 구멍이 들쑥날쑥했거든요. 풀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하기로 했는데, 두 번째에선 훨씬 깔끔하게 완성됐어요.


마무리와 핏

블로킹 결과

세탁 후 길이는 약 5cm 늘어나고, 폭은 4cm 정도 줄었어요. 보슬한 실 특성상 흔한 현상이긴 한데 생각보다 더 늘어났더라고요. 3cm 정도만 늘어날 줄 알았는데 5cm라니… 결국 스팀을 다시 살짝 주면서 원하는 형태로 잡아줬더니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입다 보면 실 특성상 다시 늘어날 것 같긴 해요.

착용감과 실루엣

네이비 보슬 실감이 잘 보이는 키키 가디건 착용한 옆모습 있음

가볍고 따뜻해서 어떤 옷에도 편하게 걸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툼하지 않아서 레이어링하기에도 좋을 것 같고요. 네이비 컬러 덕분에 차분한 느낌도 있어 마음에 들어요. 블로킹 후에는 실의 보슬거림이 조금 가라앉아서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질감이 되었습니다.


도안 후기: 읽기와 뜨기

차트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기호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술술 떠져요. 차트 앞부분의 설명이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됐어요. 차트만 있었다면 사실 어느 순서로 뜨는 게 좋은지 좀 막막했을 것 같아요.

도안 자체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차트 도안이나 바텀업 구조가 처음이신 분들께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 가디건을 뜨기 전에 ‘프릴 베스트’라는 더 단순한 일본 차트 도안으로 먼저 연습해둔 덕분에 훨씬 수월했어요. 아마 바로 이 가디건을 도전했으면 중도 포기했을 것 같네요…


닛픽스 원더플러프 실 후기

질감과 느낌

엄~청 부드럽고 가벼워요. 은은한 헤어감 덕분에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질감이에요. 가을·겨울에 어울리는 색상도 많아서 선택지가 꽤 넓다고 생각합니다.

장점

  • 가볍고 따뜻한 착용감
  • 가을·겨울용 니트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질감
  • 세일이 자주 있고 배송이 빠름(미국 기준)

단점

  • 털날림, 털날림, 그리고 털날림… (돌돌이 필수입니다)
  • 푸르시오할 때 쉽게 엉킴
  • 복잡한 무늬는 눈에 잘 안 뜨일 수도 있음

내가 느낀 바텀업 vs 탑다운 비교

구조와 핏

바텀업은 어깨선과 목선이 훨씬 깔끔하게 떨어지고 안정감 있게 완성되는 느낌이에요. 탑다운 도안에서는 항상 소매 코를 예쁘게 주우는 게 어려워서 몇 번씩 다시 시도하곤 하는데, 바텀업은 요크와 바로 연결해서 뜨니까 “여기서부터 소매입니다~” 하는 느낌이 거의 없어서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프로젝트 초반에는 장력이 불안정한 편인데, 몸통을 아래에서부터 길게 뜨다 보면 자연스럽게 장력이 일정하게 잡혀서 완성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사실 옷의 밑부분보다 윗부분이 더 눈에 들어오는 법이니까요!

작업 과정

마무리 단계가 조금 많긴 하죠. 소매 옆선을 잇는다든지, 겨드랑이 구멍을 메운다든지… 그래도 조각조각 뜨는 방식이 손목에는 훨씬 부담이 덜 되는 것 같아요. 몸통을 먼저 떠서 따로 놓고 양쪽 소매를 따로 뜨니까, 소매 뜰 때는 계속 가벼운 느낌이 있거든요. 그리고 몸통과 소매가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의 뿌듯함이 정말 커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끼우는 기분이랄까.

다만 단점이라면… 만들면서 입어볼 수 없다는 점? 입어볼 수 있었으면 수정하는 게 훨씬 덜 무서웠을 것 같아요. 수정하면서도 계속 “이게 맞나…” 싶거든요.

완성 후…

그동안은 탑다운을 더 선호했는데, 바텀업으로 완성해보니 전체 실루엣이 훨씬 정돈된 느낌이에요. 다음에도 이런 구조의 패턴을 꼭 다시 시도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마무리 소감: 첫 바텀업 가디건

첫 바텀업 가디건은 꽤 성공적…? 인 것 같아요! 물론 원했던 기장이 정확히 나온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아 보여서 만족스럽더라고요. 수정의 재미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이번엔 본의 아니게 수정을 너~무 많이 하긴 했지만, 그 과정이 골치 아프면서도 도전적인 느낌이 있고, 완성 후 성취감은 훨씬 더 컸습니다!

완성된 가디건은 가볍고 따뜻해서 올가을에 손이 자주 갈 것 같아요. 수많은 포스트잇, 여러 추가 기법들, 그리고 충직한 돌돌이까지—이번 가디건은 올가을에 특히 기억에 남을 프로젝트가 될 것 같네요.

🧶 손끝에서 피어나는 즐거움: 뜨개 프로젝트

🧶 더 많은 대바늘 & 코바늘 프로젝트 살펴보기

다음 뜨개 프로젝트 캐스트온할 준비되셨나요? 제가 사용한 또는 좋아하는 패턴, 튜토리얼, 그리고 아이디어들을 살펴보세요. 영감을 받고 자신감과 창의력으로 바늘을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Tags:

Explore More in Creativity

Latest Updates:

Featured Videos:

➜ see more

Explore by Keywords: